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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오랜 기간 내적 숙고끝에 구름을 떠나 우리를 적시기로 결정했다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하기 위해 우리는 그의 개성을 이해해야 한다

 
비는 부드럽거나 날카롭고, 차갑거나 뜨겁고, 짧거나 길다

 
하나의 비가 아니라 수많은 비가 있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느닷없이 

비가 내린다 하늘이 우리에게 축복을 내린다

전지구가 교회가 되고 모든 노래가 신성하고 모든 몸짓이 의식이 된다

 
비가내리면, 잎들이 떨고 우산들이 펼쳐진다

우리 삶의 리듬이 깨진다

비가오면

뭔가가 일어난다

 
수천개의 손가락이수천개의 건반을 두드린다

우리는 사랑하면서 꿈꾸면서 먹으면서 비의 리듬을 발견한다

 
비는 우리를 달아나게 하고 뛰게 한다  

피난처는 우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향해 나아가는 곳이다

나는 비가 내리는 즉시 밖으로 나가 이 처마 저 처마 아래로 뛰어다니는 것을,

우산 아래로 슬쩍 미끄러져 들어가 살짝 스치는 머리카

락에서 풍기는 향수냄새맡는 것을 좋아한다

 
비는 여행이다

비가 기차역으로 들어온다 나는 플랫폼에 서 있다

몰랐지만 나는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비를 맞이하고 그것이 브라질에서 중국에서 핀란드에서 온 것이라고 상상한다

 
나는 내 비의 형제 누이들을 생각한다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아프리카 호수, 벨기에 맥주, 어린병사의 땀방울, 여공의 눈물방울로부터 온 것이다

비는 우리 품에 떨어져 우리를 껴안고는 훌쩍 가버린다

변덕이 죽끓듯하는 애인처럼 비는 기다리지 않을때 불쑥 내린다

그것은 슬픈 시간들을 폐지시킨다

 
비는 베일이다

비단과 레이스가 여성의 다리와 가슴을 아름답게 변모시키듯

비는 그것이 떨어지는 곳을 부각시킨다

 
비가 내리면

모든것이

아름다워진다